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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심리의 원리 : 눈은 마음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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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작성된 칼럼을 재편집하여 제작된 콘텐츠입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알파고는 컴퓨터가 무려 1200여 대가 연결되어 고차원적인 사고를 한다. 결국, 우리의 염원과는 다르게 4:1로 알파고가 승리하고 말았다.​

이 대결은 인간의 과학 기술로 만들어진 컴퓨터가 과연 우리의 생활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고, 그중에서도 어떤 직업이 존재하고 어떤 직업이 사라질지에 귀추가 주목되었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스포츠 생중계를 대체할 정도로 진화했다. 대체 가능한 업종은 현재 직업군의 47%라고 한다. 딥 러닝*이라는 기술인데, 바로 구글이 알파고에 적용한 기술이다.

불안해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도올 선생도 얘기한 바 있지만, 인간은 감정을 가진 동물이다. 한 가지 특화된 영역에서는 인공 지능을로 대체가 가능할 수 있어도 복합 감정을 가진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구글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인공 지능의 발전은 현실적인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또한 우리 자녀들의 직업 선택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 딥 러닝 deep learning : 컴퓨터가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인공신경망(ANN : Artificial Neural Network)을 기반으로 한 기계학습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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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이 우주의 신비를 이해하는 것에 비유되기도 한다. 우리의 의식을 결정하는 뇌는 어떻게 발달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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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세 가지 측면에서 뇌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자

첫째, 불의 발견과 함께 이뤄진 식생활의 변화이다.
인류가 직립보행을 시작한 이후, 인간은 다른 포식자의 표적이 되기 좋은 조건이었다. 나무에 오르기나 달리기에 매우 부적합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인류에게 불의 발견은 인간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하고, 지금의 뇌 골격이 형성되는데 기여한다. 음식을 익혀 먹으면서 턱 근육의 발달이 두개골이 커지는 원인이 되었고, 소화되는 과정이 짧아지고 고칼로리의 영양을 섭취하게 되어 먹는 일이 아닌 사냥 기술의 발달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된다. 침팬치는 하루 종일 뭔가를 먹고 있지 않으면 큰 덩치를 유지할 수가 없다. 두 손의 사용  또한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두뇌 활동에 기여하여 수렵과 사냥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둘째, 집단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뇌의 진화이다.
인간이 직립 보행 후 천적을 물리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보다 큰 무리를 이루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 문제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식량과 배우자 등 제한된 자원을 두고 다른 구성원과 벌이는 경쟁이다. 집단 생활의 유지에 필요한 협동 능력을 더 발전시키려면 덜 공격적이고 덜 경쟁적일 필요가 있었다. 자기 교화 과정을 거치면서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거친 이들은 집단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외면받았을 것이다. 이에 따라 유전자 풀이 조정됐고 공격적인 감정 반응이 통제된 시스템의 선택이 이루어진다.

이렇듯 점점 더 커지는 사회 집단에서 살아가며 부딪히는 인지적 문제들이 뇌의 크기와 기능의 증가를 촉진한 것이다. 경쟁과 협력이라는 집단 생활에서 구축된 사회적 지식이 인간의 두뇌를 커지게 한 원인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우리의 뇌는 확산적 사고* 체계를 발달시킬 수 있었다.

* 확산적 사고 : 문제 해결 과정에서 정보를 광범위하게 탐색하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미리 정해지지 않은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사고로, 수렴적 사고와는 반대되는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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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 시각의 발달과 함께한 뇌의 진화이다.
인간의 뇌에는 확실한 '시각적' 단서들이 암호화되어 있다. 뱀이 가는 동작, 큰 고양잇과 동물들의 날카로운 이빨, 정면을 향하는 눈, 몸의 크기, 모양 등 특정한 생물학적 움직임에 주목하고 그 대상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로도 활용한다. 격리된 환경에서 평생 뱀을 본 적이 없는 다람쥐의 연구에서 다람쥐는 처음 본 뱀을 보고 피한다. 다람쥐는 선천적으로 뱀을 경게하는 것이다. 뱀이라는 형판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지려면 만 년 동안 뱀을 보지 않아야 사라진다고 한다.
이것은 뇌의 인지 작용에는 고차원적인 모듈이 작동하여 이전의 경험이나 사회적 배경이 필요치 않고 선천적으로 구조화되어 있음을 뜻한다. 또한 인간의 후두엽 일차시각피질 primary visual cortex이 구조적으로나 생화학적으로 다른 영장류와 다르다. 인간은 그물망 구조이지만 다른 영장류는 수직 패턴이다. 이는 시신경 배열의 진화론적 변화로 인간은 배경으로부터 대상을 식별해 내는 데 탁월한 시각적 능력을 갖게 됐다고 추측할 수 있다. 정보의 87%를 처리하는 시각의 발달이 없었다면 획기적인 인지 발달. 즉, 뇌의 진화는 그만큼 더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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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망막이 발생학적으로 대뇌 신피질이 변형되어 형성되었다고 하는 것은 시각의 발달과 더불어 뇌의 진화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상과 같은 뇌의 발달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시각에 의해 보이는 색채와 뇌의 관계이다. 과연 색채는 우리의 정서에 어떻게 관여하고 있을까?

뇌는 의식하기 전에 처리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진화에 의해 연마된 무의식적 과정 때문이다. 의식은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지만, 실제로는 행동과 느낌이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식하기 전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무의식적 과정은 빠르고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 경쟁적인 상황에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 사람들은 자손을 번식할 만큼 오래 살아남지 못 했다. 의식이 중간에 끼어들어 타이밍을 놓지는 순간 자유투는 실패하고 만다.

자연선택은 무의식적 과정을 계속 요구한다. 의식적 과정은 비싸다. 시간이 많이 들 뿐 아니라 기억력도 많이 필요하다. 무의식적 과정은 빠르고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 무의식적 과정의 노골적인 예는 착시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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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돌리기 착시] - 두 테이블의 면적과 모양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시각계에서 착시를 일으키는 부분은 의식적 지시에 따라 수정된 정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외적 행동을 결정하는 과정이 인식의 바탕에 깔려 있는 과정과는 분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시각적 자극에 반응하는 시각 운동 과정은 자극을 인식하는 그 순간과는 독립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뇌 안에 구축된 다양한 체계는 자기 영역 안에 자극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맡은 임무를 수행하지만 우리는 이를 대부분 인지하지 못한다.


헤르만 폰 헬름홀츠는 3차원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차원의 이미지로부터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추론하는 시각적 지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잡한 얘기 같지만 결국 본다는 것은 무의식 과정으로 처리되고 본 것이 형태든 색채든 유전적으로 저장되어 있는 감정이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입체시는 색깔의 구분과 함께 인류가 나무 위에서 생활할 때부터 진화시켜온 생존 전략의 '무기'로 활용되었다. 말할 것도 없이 색깔의 구분은 대상을 명확히 인지하는데 가장 용이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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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색채로 표현된다.

색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색채가 감정을 불어일으킨다.'는 명제에 의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색채의 상징성은 현재에도 시각 기호 체계로 작동하고 있고, 그것은 일반적인 상징과 주관적인 상징 모두를 포함한 감정의 전달 도구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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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스러운 감정 상태는 시상-대뇌(의식)-편도체의 신경전달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상-편도체라는 경로로 신경전달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심리학에도 인용되고 있다.

이러한 감정에 변화에 따른 신진대사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생화학적으로도 증명이 된다. 배가 고픈 상황에서 음식을 상상하기만 해도 위산이 분비되는 것이 그 예이다. 감정(정서)은 뇌 활동의 산물로 각종 신경전달물질 생성의 변화를 조절함으로써 자율신경계*의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 자율신경계 : 흥분 안정 상태를 조율


색채 심리에서 색채가 무의식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뇌와 우주를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과정일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인간의 눈으로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생성되는 색채에 대한 영향을 어떤 기준에서 구분하고 어떻게 효과를 증명할 것인가?​

문제는 무의식적인 과정에서 미치는 색채의 영향에 대한 임상적이고 과학적으로 관찰되는 결과들을 우리가 어떻게 선택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의식적인 선택이 무의식을 지배한다."
 

-참고문헌-
[뇌로부터의 자유] 마이클 가자니가
[마음/뇌/교육] 데이비드 A. 수자
[빛 이야기] 벤 보버
에디터
편집
두민철
장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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